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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하루

비효율의 효율



사진 출처 :

http://21cbooks.book21.com/book/board_essay.php?mode=view&idx=48484&cmd=view&vpage=8



보통 때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와 회사 근처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을 먹었다. 메뉴얼화되고 계량화된 조리 방법과 재료를 통해 우리는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등의 패스트푸드 프렌차이즈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하나의 생활이 되었다. 1분 1초가 바쁜 현대인, 도시인들은 주문하는 즉시 조리되어 나오는 패스트푸드에 열광했다.

패스트푸드는 매우 효율적이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재료들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전문적인 기술이 없어도 메뉴얼만 따라 하면 숙련되지 않은 사람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음식을 만들 수 있게 했다. 낮은 인건비를 통해 가격을 낮추고 수익을 극대화했다. 사용자에게는 최소한의 시간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맛을 보장했다. 소비자에게는 적은 비용으로 만족을 최대화시키고, 생산자에게는 이익을 극대화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같은 프렌차이즈는 매우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공간처럼 보인다.

교과서에 방망이 깎는 노인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이미 완성된 방망이를 계속 깎는 노인 때문에 버스를 놓친 주인공이 화를 내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노인의 장인 정신이 든 방망이를 보고 감탄과 노인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효율과 비효율 측면에서 봤을 때, 노인의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많은 시간을 들여 품질이 100인 상품을 만들기보다는 품질이 80되는 상품을 여러개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회사에서도 이러한 효율은 중요시된다. 최소한의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여 최대의 수익과 효율을 뽑아내는 것, 이것은 한국사회 주요한 경영 철학이 되었다. 과정과 노력은 무시된 채, 결과만 좋게 나오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사회. 그런데 효율이라는 것이 100% 계량화되고 측정될 수 있는 걸까?

햄버거를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진심은 계량화되고 메뉴얼화 할 수 있는 걸까?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든 햄버거와 시간은 조금 더 걸리더라도 먹는 사람을 위해 정성을 다해 만드는 햄버거는 같은 햄버거일까? 객관적인 수치로는 측정할 수 없는, 그러나 매우 중요한, 여러 요소는 무시된 채 오로지 매출과 수익으로만 무언가를 판단하고 결정 내리는 게 맞는 것일까?

집밥, 몇 년 전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되었던 단어이다. 집밥은 어쩌면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집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를 구매하고 손질하고, 요리하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과 비용, 노력을 생각했을 때, 밖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경제학에 나오는 비교우위처럼 자신이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가 효율적이 되고 합리적이 될수록 사람들은 집밥을 그리워한다. 효율과 합리성 속에는 집밥과 같은 따뜻함이 진심이, 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효율과 합리성 속에 때로는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들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하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미래 사회에서 로봇과 경쟁하여 이길 수 있는 인간이 가진 최고의 효율이지 합리적인 것이 아닐까.




맥도날디제이션, 위키백과
https://ko.m.wikipedia.org/wiki/맥도날디제이션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삶은 패스트푸드가 아니다
http://m.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5373


[조동범, 속도의 인문학] 패스트푸드점의 속도전을 대하는 당신들의 자세
http://www.munhwada.net/home/m_view.php?ps_db=culture_public&ps_boid=75


효율성 vs 장인정신
http://m.blog.daum.net/_blog/_m/articleView.do?blogid=03rxi&articleno=2509962


애플, 비효율과 장인정신의 사이에서
http://it.donga.com/9340/


차라리 비효율인게 낫다? WorkFrame에 대한 고찰
http://tobrush.egloos.com/m/42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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