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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

[제주 올레길 걷기] 8코스 : 가장 무서웠던 해가 지던 올레길



1. 제주 올레 8코스 정보

8코스 (15.2km, 4-5시간)

월평마을 아왜낭목 - 대포포구 - 주상절리 안내소 - 씨에스 호텔 - 베릿내오름 - 중문색달 해변 -

중문관광단지 안내소*  - 예래동 입구 - 예래생태공원 - 논짓물 - 하예포구 - 대평포구


* 기존 중문색달해변과 논짓물을 잇는 해병대길은 낙석 위험으로 폐쇄



바당올레 코스. 바다에 밀려 내려온 용암이 굳으면서 절경을 빚은 주상절리와 흐드러진 억새가 일품인 열리 해안길을 지난다. 해녀들만 다니던 거친 바윗길을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평평하게 고른 ‘해병대길’을 지나는 맛도 그만이다. 해병대길은 현재 낙석위험으로 인해 우회중이다. 우회하는 구간은 하얏트호텔부터 해병대길을 포함 논짓물까지 2km 가량. 우회로는 자연 생태마을 예래동을 지나며 총 길이는 6.3km이다. 종점인 대평리는 자연과 어우러진 여유로움이 가득한 작은 마을. 안덕계곡 끝자락에 바다가 멀리 뻗어나간 넓은 들(드르)이라 하여 ‘난드르’라고 불리는 마을이다. 마을을 품고 있는 군산의 풍경 또한 아름답다.





출처 : http://www.jejuolle.org/?mid=40&act=view&cs_no=8





지도를 클릭하시면 위치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 여행기



간세는 원래 진행방향쪽으로 고개를 향하고 있다.

그런데 8코스 간세는 진행방향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향하고 있었다.

따라서 간세 앞에서 올레길 방향이 어딘지 한참을 헤맸었다.

(이 글을 보시는 올레길 관계자 분이 있다면 부디 저 간세 목을 진행방향에 맞게 돌려주시길 바랍니다)




올레길을 걷고 있는데 초록 빛깔의 밭과 푸른 하늘 나무, 전봇대가 너무 아름다웠다.

잠시 길에서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경운기를 타고 지나가시는 어르신께서는

내가 사진찍는 걸 보고 뭐 특이한게 있나 자신이 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그런데 아무일도 없자 실망하신듯 자신이 가던길을 가셨다.

우리가 사는 일상이 외국인에게는 신기한 모습이 듯

내가 살던 일상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곳일지도 모르겠다.




약천사 부근 길이 꼬불꼬불하고 높지않은 언덕길이 있어 길을 좀 헤맸다.

오늘 갈길이 먼데 처음부터 시간을 많이 지체해버렸다. 감귤이 참 통통하게 열렸다.




약천사 뒷산에 걸려있던 문구

사람들아 그 벌레 함부로 죽이지마라

그 벌레에게도 자식들이 있으니





유채꽃인지 무꽃인지 모를 꽃밭을 지나

다시 작은 항구 대포포구에 다달았다.

항구에 앉아 잠시 숨도 돌리고 영양 보충도 했다.




올레길 넘어로 보이는 대포 주상절리

굳이 매표소를 거쳐 주상절리에 들어가지 않아도

올레길을 걷는 코스 옆에 주상절리가 보였다.





올레길 여행을 시작한지 6일만에 올레길 팜플렛을 획득!

저 소라 모형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바람에

사진을 찍는데 오랜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많이 남은 거리

어제 예약만 잘못하지 않았어도...

저 멀리 눈 덮힌 한라산이 보였다.

다음번에 제주에 온다면 한라산을 꼭 가봐야지.





대포 주상절리 옆 공원에서 어떤 할머니 한분이 귤을 파고 계셨다.

시끌벅적한 주상절리 앞과 그 옆 한적한 공원은 더욱 대비되었고

사람 없는 한적한 공원에 홀로 앉아 귤을 팔고 계신 할머니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배릿내 오름은 무릎도 아프고 가야할 길도 많아 그냥 지나쳤다.

중문색달 해변에 도착해 잠시 가방을 벗어놓고 점심시간을 가졌다.

아침에 미리 사놓은 빵과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들고와 바다를 바라보면 점심을 먹었다.




바다와 모래가 아름다운 중문색달해변

해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올레 8코스는 해병대길로 유명했는데

낙석 위험으로 인해 현재는 폐쇄된 상황이다.

다만 해병대길 대신 골프장을 삥 둘러가야 했고 거리는 더욱 길어졌다.

무릎을 다친 나는 먼길을 돌아 가더라도 바닷길을 피하게 되어 기뻤다.

근데 길이 쫌 많이 돌아가야하긴 했다.




외형이 재미난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르게 생긴 돌하르방을

다시 차가 쌩쌩다니는 도로에 진입했다.

지나가던 버스 정류장에 버스 인상 요금 안내가 붙어있었다.

몇 백원차이지만 요금을 덜 낼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북적했던 서귀포시내와 리조트 해변을 지나 예래입구 교차로를 지났다.

예래입구부터 예래생태공원은 사람들이 거의 지나다지지 않아 한산했다.

여성이나 혼자 올레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없어 무서울 때는 걸음을 빨리했다.





제주도는 온통 공사판이다.

이곳 역시 무엇을 만들려는지 파헤쳐진 흙과 공사장비가 있었다.

저 뒤 눈 덮힌 한라산이 슬퍼보였다.




정겨운 제주의 풍경

무덤 이야기는 앞에서도 많이 했으니 패스해야겠다.

논짓물은 휠체어 코스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에 길도 한결 편해졌다.







날씨도 좋고 하늘도 맑아. 바닷길을 걷기 좋은 날이었다.

저 멀리 9코스에 있는 화력발전소도 보인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시는 해녀 동상

유채꽃으로 뒤덮힌 무덤

스페인의 아우디 공원을 연상시키는 다리

여기저기 볼 거리가 많아 심심하지 않은 올레길이었다.





드디어 8코스의 끝

9코스의 거리가 생각보다 짧기 때문에  9코스를 지나 10코스를 갈까 고민하다가

서귀포 시내에 들려 파스를 사고 버스로 10코스 시작점까지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9코스는 산길이기 때문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8코스 끝지점에서 10코스 시작점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서귀포시내로 나간 뒤 다시 한 번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생각 했던 것보다 8코스 끝 지점에서 서귀포 시내로 가는 버스는 자주 다니지 않았고

서귀포시내에서 10코스 시작점까지 가는 버스 역시

시외버스가 아닌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바람에 버스를 놓쳐버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애가 탔다.


몸이 피곤해서 마음도 피곤해졌기 때문일까

버스 기사님에게 길을 물어보는 나를

비키라고 가방을 툭툭 치던 시골 할머니는 날 슬프게 했다.




드디어 도착한 10코스 시작점. 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레길 코스 시작점 안내판에는 몇 시 이후에 올레길을 걷지 말라는 안내가 있었는데

왜 아침 일찍 시작해 여유있게 코스를 마쳐야하는지,

왜 해가진 뒤에는 걸으면 위험한지 몸소 경험할 수 있었다.




눈썹이 인상적인 조이가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지나며

게스트하우스를 잘 못 예약한 나를 자책했다.


평소와 같았으면 조이에게 말도 걸고 함께 놀며 잠시 쉬었다 갔을 텐데

사진에서 느껴지듯 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다음번에 8코스를 다시 걷게 된다면 꼭 조이가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며 조이와 놀아야지.





해가 조금씩 지고 있다.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자 내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살기위해 바위들도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이전까지는 아팠던 무릎도  급박한 상황이 되니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느껴졌다.




모래가 너무 고와 바쁜 와중에도 해변이 너무 고와 카메라를 들었다.

그런데 조금 더 가보니 사고가 많이 발생한 곳으로 진입금지 안내판이 꼳혀있었다.

조금씩 더 어두워지는 하늘과 대비되어 오싹해졌다.




오싹했던 해변을 지나 새로운 황우치 해변을 만났다.

다만 산 아래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살기 위해 해변에서 소리를 지르며 광란의 질주를 시작했다.




드디어 나타난 마을(?) 아니 하멜선상 전시관

하멜이 우리나라를 발견했을 때도 이렇게 기뻤을까?


이전까지는 길에 사람이 없어 무서웠는데

길가에서 사람들을 만나 반가웠다.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 온건가?

하지만 휴대폰 배터리가 거의 방전되어 마음이 다시 쫄깃해졌다.





다시 인적이 드물어진 올레길.

예약해 놓은 숙소에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어느덧 주변도 어두워짐

저 멀리 산방산이 보이고 하늘은 어두워져

불빛이 밝게 빛나는 정도가 되었다.





또 다시 나타난 해변길

천만 다행이었던 점은 바윗길이 아니라 점이다.

해가 진 뒤 바윗길을 걸었다면 사고가 났을지도 모르겠다.

10코스의 시작점에 있던 발전소를 뒤로 하고

하늘이 더 어두워지기전에 미친듯이 해변을 달렸다.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던 말던 상관없이 살기 위해 달렸다.

더 이상 주변을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을 조금의 여유도 없었다.



드디어 나타난 마을. 이제 살았다. 휴...

다시는 무리해서 올레길을 걷지 않아야겠다.

긴장이 풀리니 다리가 후덜후덜했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에너지 보충을 하러 주위를 둘러봤지만

괜찮은 음식점들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고기구이집과 생선집, 편의점이 있긴 했으나

편의점은 이번 여행 중 가지 않기로 다짐했고

고기구아와 생전은 혼자 들어가기에는 부담되는 가격이었다.

그래서 수첩을 들고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에서 마신 레몬차. 강아지가 참 귀엽다.

카페에 돈까스 메뉴가 있길래 가격을 봤더니 생각보다 비쌌다.

그래서 돈까스 대신 레몬차 한잔을 시켰다.


근데 누군가 돈까스를 주문했고

사장님은 돈까스 튀기는 냄새로 내 마음을 흔들었다.

이건 분명 내가 돈까스를 주문하게 하기 위한 음모다...

돈까스 가격이 조금만 더 낮았으면 시켜먹는건데


10코스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들이 많았는데

시간 때문에 그 풍경들을 감상하지 못하고 지나온게 아쉬웠다.

그래도 아무런 탈 없이 무사히 도착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다.


올레길을 처음 걸을 때의 불평불만은 모두 사라졌다.
남들이 나보다 빨리 걷건, 가벼운 짐을 지고 가던,
버스를 타고 관광지 근처의 편한 길만 걷던
나는 지금 내가 걷는 길에만 신경쓰게 되었다.


오늘 내가 8코스를 시작해 10코스 중간까지 온 것처럼

때로는 정해진 코스에서 벗어나 조금 더 걷거나

조금 덜 걸어도 된다는 걸 느꼈다.


8코스 중간에는 멋진 리조트들이 많았다.
사실 멋진 리조트 해변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는 꼬질꼬질하게 무거운 짐을 메고 길을 걷고 있는데
그들은 편안한 의자와 세련되 옷을 입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들을 부러워했던 것 처럼 그들도

그들이 가지지 못한 내 무언가를 부러워했을까?


오늘은 평소보다 더 많이 걸었으니

내일은 조금 덜 걸어도 될 것 같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하루는

올레길을 걷지 않고 하루종일 커피숍에 앉아

일기를 쓰고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3. 지출

아침 (게스트하우스 제공)
점심 빵 2개 : 1,600원
점심 커피 : 1,500원
대평리 - 서귀포 시내 버스비 : 950원
서귀포 시내 - 안덕 농협 버스비 : 1,000원
파스 2개 : 6,000원
저녁 순대국밥 : 5,000원

게스트하우스 1박(조식 불포함) : 15,000원
레몬차 : 5,000원

6일차

총 지출 : 31,050원
누적 지출 : 250,45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