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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하루

빗속으로 뛰어들기


사진 출처 : http://specialtokki.tistory.com/m/post/4



퇴근할 때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집 근처 지하철역에 내려 밖으로 나왔더니
꽤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이 없는 나는 지하철 입구에 서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우산을 사기도 뭐하고 그냥 가기도 뭐한 거리.
사람들은 미리 준비해 온 우산을 꺼내거나
가족들이 마중 나오면서 가져온 우산을 쓰고 빗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우산은 없지만 용감히 그리고 주저없이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서 몇 분 동안 멍하니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몇 년 전 비가 자주 내리는 나라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그때는 우산 없이도 빗속을 걷는법을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쩌다 우산 없이 비 오는 거리를 걷는 법을 잊어버린걸까?
옷이 비에 젖는게 싫은 걸까?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새로운 것에 도전 하는 법을 잃어버린걸까? 반복되는 일상에 도전하는 법을 잊어버린건 아닐까?

정말 오랜만에 비 오는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이렇게 살지 않았던 것 같은데, 빗속으로 겁 없이 뛰어들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 난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일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현실에 타협한 일이 아닐까? 마지못해 하고있는 그냥 그런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았나?

나는 이제 빗속으로 뛰어드려 한다.
조금 젖어도 조금 더러워져도 괜찮으니까





거칠 것이 없었던 내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어느 틈에
작은 일에도 늘 행복했었던
예전 그대로의 모습
다시 찾고만 싶어.

체리필터 - 해피 데이(Happy day)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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