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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하루

퇴사에 관하여





퇴사에 관하여


회사를 그만뒀다. 이제 더 이상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도, 늦은 밤까지 야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회사를 그만 둔 다음 날, 몸이 아팠다. 그 동안 참고 견디던 것들이 댐 무너지듯 터졌다. 아마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난 아픈지도 모르고 계속 견디고 참았을 것이고 어느 날 갑자기, 내 안에서 곪고 썩었던 것들이 한 번에 터졌을 것이다.




2-3년 뒤 내 미래의 모습이 지금 함께 일하는 사수의 모습이라 생각하니 숨이 턱 막혀왔다. 5-10년 뒤의 내 모습이 지금 회사에 있는 5-10년차 사람들의 모습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내 자신을 잃어버리는 게 무서웠다. 나라는 인간은 사라지고 회사에 맞게 적당히 마모된 부품이 되어버린 내가 싫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 조차 알지 못하고 바쁜 일상에 치여 매일 반복 일상을 사는게 문득 무서워졌다. 열심히 바쁘게 사는 것 같긴 한데 내 인생에 내 자신은 빠져있는 것 같았다.

2년 가까이 회사를 다니며 처음으로 지각을 했다.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퇴사에 대해 고민하다 그만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버렸다. 그때 퇴사를 결심했다. 나의 마음은 이미 떠났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퇴사 의사를 밝힌 다음 날 출근길, 참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 그 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2017년 시작과 동시에 백수가 되었다. 아직도 난 어떤 인생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면 무엇이 보다 나은 인생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퇴사를 생각하고 고민하며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진짜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 동안 몰랐던 내 자신에 대해
스스로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게 아닐까.




누군가 그랬다. 밖은 춥다고. 회사 밖은 전쟁터라고. 그런데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항구에 있는 배는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를 만든 이유는 아니다. 나는 지금 안전한 항구를 떠나 춥고 무서운 바다로 나아가려 한다. 항해 도중 거센 눈보라와 풍랑도 만나겠지. 하지만 거센 눈보라와 풍랑이 그치면 따뜻한 햇살과 멋진 돌고래 떼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미 퇴사를 결정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어떤 삶을 살든 스스로를 믿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브라보 유어 라이프. 건투를 빈다!





퇴사 관련 읽을꺼리들


퇴사에 관한 정리 내게는 잃어버린 1년 / 워니
https://brunch.co.kr/@kdw77777/2

우리가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 / 퇴사한 문돌이
https://brunch.co.kr/@moondol/3

퇴사를 결심해야할 때... / 세균무기
http://germweapon.tistory.com/193

살고 싶어서 퇴사합니다 / 시사인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5471

입사 2년 차, 그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
http://news.joins.com/article/20171570

퇴사의 이유, 누군가의 미래가 된다는 건 / 그럼에도 불구하고
https://brunch.co.kr/@shoostory/125

‘요즘 젊은것들의 사표’, 우리 세대의 현주소 / ㅍㅍㅅㅅ
http://ppss.kr/archives/91142

두 번째 퇴사 / ㅍㅍㅅㅅ
http://ppss.kr/archives/87490

너는 너를 소중히 해줄 곳으로 가야해 / 오늘유머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36699

[단편,자작]회사 그만두는 이야기 / 오늘의유머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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