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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하루

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


미국의 한 대학에서 실험을 했다. 먹음직스러운 마시멜로를 책상 위에 두고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먹지 못하도록 했다.


잠시 실험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몇몇 아이들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었고 몇몇 아이들은 마시멜로의 달콤한 유혹을 참아냈다.


그리고 몇 년 후, 마시멜로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을 조사했더니 마시멜로를 먹지 않은 아이들의 학업 성적이 더 높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마시멜로를 먹지 않은 아이들처럼 인내와 참을성이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 생각한다.


어렸을 적 나는 맛있는 귤과 맛없는 귤 중 맛없는 귤을 먼저 먹었다. 다음번 귤을 먹을 때에도 맛있는 귤은 계속 남아있는거니까. 용돈을 받으면 갖고 싶은 물건을 사기보다는 그 돈을 저금하는 걸 더 좋아했다. 참고 견디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몸이 아파도 학교를 결석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더 나은 미래가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들어 종종 그러지 않아도 괜찮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참을성과 인내는 과거 농경시대를 살아가는데 장점이 되어주었다. 과거 농경시대에 먹지 않고 저장해 놓은 곡식은 다음해 더 많은 곡식으로 되돌아 왔지만 모든 것이 과잉인 지금 시대에는 창고에서 썩어가는 곡식이 된다.




누군가 그랬다. 맛있는 귤을 먼저 먹으면, 다음 번 귤을 먹을 때에도 가장 맛있는 귤이 남아있다고... 금리가 높았을 때에는 돈을 저축하면 목돈을 모을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낮은 이자율에는 차라리 그 돈으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도전하고 배우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인내와 참을성, 근면이 장점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가 아닌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아픈데 참으면, 힘든데 견디면 자신만 병든다는 사실을 요즘 젊은이들은 조금씩 깨닫고 있다. 더 이상 참고 견디는 것은 더 이상 능사가 아닌 세상이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마시멜로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장점이 아닐 수도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고 인내하는 것은 중요하다. 현재에 충실하지 못 하다면 미래도 없다. 하지만 현재를 희생한 채 미래만을 바라보는 것 역시 미련한 짓 일 수도 있다. 현재라는 땅에 충실히 두 발을 딛으면서도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 이것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기억해야하는 사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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