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

인천에는 마이너 감성이 있다




인천에는 마이너 감성이 있다.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게 더 익숙했던 삼미슈퍼스타즈의 연고지. 인천항 부둣가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노동자들이 먹던 짜장면이 탄생한 곳. 구한말 먹고 살기 위해 하와이 사탕 수수농장으로 떠난 사람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우리나라 최초 이민선이 출발한 곳. 지방을 떠나 서울로 상경했다가 서울이라는 성벽에 가로막힌 사람들을 받아 준 도시.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천하장사 마돈나의 배경이 된 도시. 그래서 인천은 주류이기보다는 비주류에 가깝고 메이저이기보다는 마이너에 더 가깝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왠지 모르게 더 정이 간다. 평범하게 사는 게 어쩌면 가장 힘든 세상에서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란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정체성 없는 정체성 때문인지 더욱 애착이 든다. 찌질한 우리들의 모습과 같아서, 너만 찌질한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사실 인천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24시간 불 꺼지지 않는 인천공항과 높은 건물들이 즐비한 송도신도시. 인천은 그동안 겪은 소외와 서러움에 복수라도 하는 것처럼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을 바꾸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런 인천의 변화가 아쉽고 걱정된다.


개발 논리에 밀려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다. 지금은 사라진 양반들을 피해 다니기 위해 만들어진 서민들의 길 피맛골. 개발 논리에 의해 사라진 수많은 한옥과 초가집, 우리의 역사와 흔적들...

더 잘 살기 위한 노력과 도전에 대해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천이 가진 마이너 감성과 인간적 감성은 개발이 되어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어린 시절 반찬 투정하며 먹지 읺았던, 그러나 지금은 그리운 엄마가 차려준 밥처럼 그리워질 날이 올 테니까.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0) 2017.10.15
어둠이 내려앉기 직전 푸른 빛  (0) 2017.04.30
가축 수송선  (0) 2017.04.09
너에게도 좋은 사람이기를  (0) 2017.03.23
마시멜로 이야기  (0) 2017.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