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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

[제주 올레길 걷기] 6코스 : 험하지 않은 그러나 가장 힘들었던



1. 제주 올레 6코스 정보


6코스 (14.4km, 4-5시간)


쇠소깍 - 제지기오름 - 보목항 - 보목하수처리장 - 검은여 - 제주올레사무국 - 정방폭포 -

이중섭거주지 - 서귀포항 - 시공원 입구 - 삼매봉 - 외돌개



쇠소깍을 출발하여 서귀포 시내를 통과, 이중섭거리와 천지연폭포 위 산책로를 거쳐 외돌개까지 이어지는 해안, 도심 올레다. 해안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소금막과 삶과 문화가 숨쉬는 서귀포 시내, 난대림과 천연기념물 5종이 서식하는 천지연폭포 위 산책로를 걸으며 서귀포의 문화와 생태를 접할 수 있다. 시장 올레인 A구간(14km)과 해안 올레인 B구간(13.7km)을 선택해서 걸을 수 있다. 이중섭 거주지에서부터 A/B 구간이 갈라져서 시공원 출구에서 다시 만난다.


A: 이중섭 거주지 – 서귀포매일올레시장 – 시공원 – 삼매봉

B: 이중섭 거주지 – 서귀포항 – 천지연폭포 입구 – 생태연못 – 삼매봉




출처 : http://www.jejuolle.org/?mid=40&act=view&cs_no=6




지도를 클릭하시면 위치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 여행기


여행 4일차, 두번째 올레길, 짜증이 최고조에 달했던 날이다.

6코스가 시작되는 쇠소깍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없기 때문에

도보로 30분 정도 걸리는 위치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다.


게스트하우스를 나서기 전

쇠소깍까지 버스를 타고 갈까도 생각해보았지만

고작 걸어서 30분 되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가고 싶지 않았다.

올레길을 걷기로 마음 먹었다면 어차피 걸을거

30분 정도의 거리는 걸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6코스가 끝날 때 쯤이 되니 엄청 힘들었다.

지친 몸과 마음 때문에 짜증이 최고조로 달했다.

6코스가 끝날 때 쯤에는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어깨와 무릎에 무리가 가 거의 정신을 놓은 상태에서 걸었다.



어쨌든 6코스 시작점으로 가는 길, 화단에 심어진 귤을 보았다.

귤이 참 크고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제주도에는 귤이 참 많다.


아침에 크고 아름다운(?) 귤을 보고 흥분해서였는지

모처럼 좋은 날씨 때문이었는지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

이곳 저곳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쇠소깍의 경치를 구경했다.

초반에 난 너무 신나있었다.





쇠소깍 가는 길. 물이 참 맑다.

길을 낼 때 나무를 베지않고 그대로 놓아두었다.

자연을 생각하며 길을 낸 사람의 깊은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기뻤다.

그런데 저 나무는 과연 잘 자랄 수 있을까?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잘라 길을 만들다니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제주 서귀포 쇠소깍

효돈천 하구(깍)에서 솟아나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깊은 웅덩이를 이루고 있어 '쇠소깍'이라고 불려진다. '쇠'란 효돈의 옛 지명(효돈의 옛 지명은 쇠둔우둔 牛屯)에서 유래한 소(쇠, 牛)와 소(沼), 깍은 제주어로 '하구'를 의미한다.

효돈천은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182호 한라산천연보호구역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효돈천은 한라산 백록담 남벽과 서벽에서 발원하여 효돈해안에 이르는 대규모 하천이지만 계곡을 제외한 대부분은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으로, 오랜 기간 하식작용을 통해 V자형 계곡인 쇠소깍이 형성되었다. 하천 지형은 약 40만년 전에 분출한 조면암질 용암류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변의 검은 모래는 상류의 현무암이 풍화작용을 거쳐 잘게 부서져 떠내려와 쌓였기 때문이다.

전설에는 '이곳에 용이 살고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용소(龍沼)라고 불렸다'고 하며, 가뭄이 들면 동네 주민들이 이곳에 모여 기우제를 올렸는데, 반드시 효험이 있었다고 한다.



쇠소깍은 월정리와 더불어 요즘 제주도에서 가장 핫한 관광지 중 하나이다.

쇠소깍에는 바닥이 보이는 투명카누를 탈 수 있었는데

나는 가야할 길도 멀었고, 혼자이기도 했고, 가난한 올레꾼이었기 때문에 

카누는 타지 않았다. 멀리서 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동안 게스트하우스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사람들이 쇠소깍에 대한 칭찬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막상 쇠소깍에 도착했을 때는 기대했던 것보다 조금 실망했다.

제주도 답지 않은 북적이는 사람들 때문인도 모른다.

아님 올레길을 걷는것에만 집중해 주변의 풍경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 걸 수도...





바다는 참 멋졌다. 제주도의 날씨는 참 변화무쌍하다.

구름 사이로 빛이 나는데 사진으로는 표현하지 못 할 만큼 아름다웠다.

해변길을 따라 난 올레길을 걷는데 해녀 누나들과 인어 아가씨 동상이 나와

나의 올레길 여행을 응원해주었다.



제주도는 이곳저곳이 공사판이다.

조금만 멋진 풍경이 있으면 어떻게 알아냈는지 건물들이 하나 둘 지어진다.

멋진 풍경 앞에 하나 둘 생긴 건물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짜증이 났다.

자연은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멋진 것 같다.





제주도 아주머니와 돌하르방

제주도에는 현무암이 많아서인지 동상도

구멍이 뻥뻥 뚤린 돌로 만들어진게 많다.


평탄했던 바닷길이 끝나고 제지기 오름이 나타났다.

오름 입구로 인도하는 화살표와 리본을 보고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내 무릎이 박살나나 오름이 박살나나 해보자고 오름을 올랐는데

결국 이 오름을 오르고 난 뒤 내 무릎은 박살(?)이 나버렸다.







얄미운 화살표와 리본들...

투덜투덜 힘들게 올라간 오름

그래도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멋졌다.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참 보기 좋았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파란 점선이 향한 오름을 오르지 않고 노란 점선을 따라가도 된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얼마나 분노했는지...

노란 점선은 올레 휠체어 코스이다.





설상가상으로 오름에서 내려온 뒤 길을 잃었다.

원광사에서 갈라지는 길, 간세의 머리가 왼쪽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나는 직진을 했다. 그리고 지나온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했다.


잠시 시간을 내 남들은 나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화살표를 만들어놓았다.

사실 이때까지 나는 간세의 머리가 올레길의 진행방향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화살표 앞에 또 다른 화살표를 만들어 놓았다.




길을 잃고 난 뒤 멘붕에 빠져 길을 걷는데 때마침 간이 매점(?) 휴게소가 나왔다.

매점에서는 귤과 쉰다리 등을 팔았고 나는 안전한 귤을 먹을까

아님 새로운 도전, 쉰다리를 먹을까 고민했다. 결국 귤을 선택했다.

아주머니께서는 서비스로 구운 귤도 하나 건네주셨다.

여기서 잠깐 잠시 쉰다리에 대해 설명을 하면 다음과 같다.



쉰다리  : 쉰다리는 제주도 사람들이 예로부터 즐겨마셔온 발효음료이다.


제주도는 지형이나 기후로나 쌀이나 보리 등의 곡식농사를 짓기가 힘든 섬이었기 때문에 밥알 한톨이라도 귀하게 여겼으며, 어쩌다가 찬밥이 생기면 제주도민들은 함부로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 그렇게 모아둔 찬밥에 누룩과 물을 섞은 뒤 상온에 놔두면 알아서 발효를 일으켜 막걸리와 식혜 중간쯤의 달콤한 음료로 변하는데 이것이 쉰다리이다. 발효가 끝나면 약한 불로 살짝 끓여주는데 이는 멸균의 목적도 있거니와 알콜성분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제거해주기 위해서이다. 멸균이 끝나면 냉장고에 시원하게 보관하면서 먹으면 된다.

레시피를 보면 알겠지만 사실상 도수 약한 막걸리라고 보면 된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여기에 잼이나 꿀 등을 섞어 먹기도 한다. 맛은 적당히 달콤하면서 삼삼하니 제법 먹을 만하다.

남은 밥을 재활용(...)한다는 것때문에 자칫 궁상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오히려 배고픈 시절을 슬기롭게 넘기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이기도 하다. 서양에서도 닭요리를 먹고 난 뒤 남는 닭뼈를 버리지 않고 모았다가 끓여서 닭수프를 만들어 먹는다.


출처 : 엔하위키 쉰다리

http://mirror.enha.kr/wiki/%EC%89%B0%EB%8B%A4%EB%A6%AC




사실 나도 쉰다리를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맛인지 모른다.

다음번에 먹어야지 하고 지나쳤는데 결국 올레길 여행이 끝날 때까지

쉰다리를 맛보지 못했다.


인생에는 수많은 쉰다리가 있다.

근데 난 언제 쉰다리를 먹어야 하는지

언제 그냥 지나쳐야하는지 모르겠다.

인생을 살며 언제 멈춰야 하는지,

언제 가야하는지 아직도 난 모르겠다.


감귤을 먹는데 마침 마침 아주머니의 친구분이 놀러왔다.

두 분이 서로 제주어로 이야기를 하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낯설었다. 잠시 쉬어가니 제주 사투리도 들을 수 있었구나...




포장된 평지길을 걸으며 오름에서 입은 데미지를

조금씩 가라앉히고 있는데 바윗길이 나타났다.

바윗길을 걸으며 내 무릎은 한 번 더 아작이 났다.


바윗길이 긴 거리는 아니었는데

무릎을 다쳐서인지 꽤 오린 시간을 소비했다.

올레길을 걷기 전 평평하고 잘 포장된 길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산도 타야했고 자갈길도 걸어야했다.


무릎 때문에 더디게 걷고있는 나를 사람들이 추월해갔다.

나는 왜 무거운 짐을 지고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짜증이 났다.

뒤쳐진다는 불안감이 나를 엄습해왔다.


길을 걷다 잠시 짬을 사람들이 쌓아 놓은 돌에

나도 돌 몇 개를 올려놓았다. 아직 고생을 덜했나보다.




바위에 올려져 있는 귤가사리.

코스를 벗어나 일부러 바위로 내려가 찍은게 아니다.

저 바위를 거치는 것이 올레길 코스 중 일부이다.

누군가 올레길을 걷느라 무료한 올레꾼들을 위해

귤 껍질을 버려두고 간 듯 싶다. 안 그래도 되는데...





내 무릎은 아파 죽겠는데

올레길은 참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아픈 내 무릎이 올레길을 더 아름답도록

느끼게 만든걸지도 모른다.




또 길을 잃었다. 올레길 리본은 이쪽에 있는데 지도는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지도에 나온 코스대로 가야할지 거리에 있는 리본을 따라 가야할지 고민했다.

분명 지도에는 이렇게 나와있는데 왜 리본은 없는 걸까...


누군가 그랬다.

교과서와 현실이 서로 다를 때에는 교과서가 아닌 현실을 선택하라고

현실은 끊임없이 바뀌고 교과서는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거니

현실이 맞는거라고...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방황하다

우선 배부터 채우기로 결정했다.

좀 쉬면서 생각하기고 싶었다.


시장 앞에 있는 김밥천국에 들어갔는데

음식 가격이 생각했던 것 보다 비싸 놀랐다.

시내와 관광지 근처에 있어서 그런가?


음식을 주문했는데

옆옆 테이블에서 다른 사람이 먹다 남긴

단무지와 김치를 그대로 나에게 건네줬다.

항의하거나 여유롭게 이야기 할 기운이 없었다...

그래서 소심한 복수로 음식값을 카드로 계산했다.


점심을 먹으며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 번 코스를 찾아보았다.

올레길 6코스는 정방폭포를 지난 시점에서 A코스와 B코스로 나누어진다.

근데 지도에는 그 구분없이 두 코스 모두 6코스로 적혀있던 것이다.


A코스는 서귀포시장과 시내를 거치며 B코스는 서귀포항과 천지연 폭포를 지난다.

나는 의도하지는 않게 나는 A코스 시장길을 걷고 있었다.

다시 돌아가 B코스를 걸을까도 생각해봤으나 난 바다보다 시장을 더 보고 싶었다.

바다는 지금까지 많이 봤으니까



서귀포 시장 안의 모습이다.

시장은 생각보다 깨끗하고 사람들도 많았다.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꽁치김밥이 유명한 듯 싶다.


김밥천국에 들어가지 않고

조금만 더 걸어 시장에 들어갔다면

더 맛있는 점심을 먹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가야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아는건 참 어렵다...


시장을 시작으로 지도와 올레길을 표시하는 리본이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휴대폰에 있는 지도를 끄고, 거리에 있는 리본을 따라갔다.

지도와는 다른 진짜 길을 걸으며 꼭 지도에 나온데로 걷지 않아도

올레길을 즐길 수 있구나 생각했다.


오름이 힘들면 건너뛰고

코스 너머 다른 길에 궁금한게 있으면 그 길을 걸어도 된다.

남들이 정해 놓은 길을 그대로 걷지 않아도 틀린건 아닐수 있구나,

그리고 그게 진짜 올레길의 모습일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삼매봉에서 바라본 서귀포시내

다리를 쩔뚝거리며 투덜투덜 거리며 산을 올랐지만

정상에서 본 세상은 맑고 깨끗해 기분이 좋아졌다.

서울처럼 흉물스럽게 하늘로 뻗은 고층건물이 없어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6코스 종료지점 도착

사실 서귀포시장 근처에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배낭을 놓고 올레길을 걸었다.

그런데 돌아갈 길이 꽤 멀었다. 오늘 참 많이 되돌아가는구나...


아래 그림은 당시 서귀포시와 서울의 기온이다.

왠지 서귀포에 있는 것만으로도 승자가 된 기분이었다.

같은 제주도에서도 남쪽과 북쪽의 온도차가 느껴졌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인지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 폭식을 했다.

게스트하우스 앞에 있는 해물뚝배기 집에서 해물뚝배기를 헤치우고

(가격이 꽤 비쌌으나 고생한 내 몸을 위해 무언가를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슈퍼에 들려 빵과 과자를 사 우걱우걱 먹었다.


파스를 사 무릎에 붙이고 발톱도 깎았다.

긴 발톱 때문에 올레길을 걸을 때마다 통증을 느꼈다.

여행 전에 손톱이랑 발톱을 깎고 올 걸...

뭐 이번에 몸소 경험하고 배웠으니 그걸로 된거다.




무릎도 안 좋은데 계속 올레길을 걸어야 할까?

올레길을 안 걸으면 뭐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하나 쉬운게 없구나... 문득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고 작게 느껴졌다.


왜 난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올레길을 걷고 있는걸까?

다른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게스트하우스에 맡겨두거나

짐꾼을 부르기도 하는데 왜 난 미련하게 길을 걷고 있는걸까?


누구나 자신만의 짐을 짊어지고 인생을 산다.

누구나 처한 환경이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난 나의 인생을, 나의 길을 걸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남들과 다른 내 모습이,

길에서 만난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자꾸 내가 잘못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페인에 있는 순례자의 길, 까미노를 걸은적이 있다.

당시 나는 5일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까미노를 걸었다.

까미노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은

고작 5일 동안 까미노를 걷는 나를 보고 피식 웃곤했다.

특히 한 달, 두 달 까미노를 걸었던 몇몇 사람들은

나처럼 짧은 기간동안 까미노를 걷는 사람들을 보고

자신들이 더 우월하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리고 그때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미련한 것인지 느꼈다.


나는 무거운 짐을 메고 길을 걷는데 무거운 짐은 다른 곳에 맡겨두거나

잠시 관광지와 가까운 편한길만을 걷고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때로는 얄밉고 부러웠다.

그런데 까미노에서 만났던, 한 두달 더 걸었던 사람들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난 내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운가보다.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나보다...


배낭의 무게는 자신이 짊어져야 할 인생의 무게라는 말이 있는데

난 언제쯤 내 스스로 내 인생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까?




올레길은 바로 옆 지름길이 있는데도

굳이 옆에 있는 산과 바다, 시장 등의 샛길을 거쳐 목적지에 도착한다.

때문에 5분도 안되는 눈 앞에 있는 길을 벗어나

옆길로 새 돌고 돌아 10분, 15분을 돌아간다.


10분, 15분을 힘들게 돌아 길을 걸었는데 바로 옆에

5분짜리 지름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화가 났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우리가는 세상도 올레길과 마찬가지겠구나 생각했다.

언제나 빠르고 정확한 길로만 갈 수는 없다.

때로는 먼 길을 돌아가는게 우리의 인생이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누그러들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가는 법만을 배워왔다.

학원에서는 짧은 시간내에 원하는 점수를 만들어주는 쪽집게 강의를 들었고

군대에 입대할 때에는 칼복학할 수 있도록 시기를 조정해야했다.

대학을 졸업 후 면접을 볼때에는 의미없이 휴학한 기간에 대한 핑계를 만들어내야했다.

그런데 순간순간 내 마음대로, 내 계획대로 이루어진 건 없었다.


늦은 밤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데

창문 너머로 저녁을 먹었던 식당 불이 꺼졌다.

그리고 식당 2층에 불이 들어왔다.


음식을 만들던 아주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구나, 강아지 같은 자식들을 위해

오늘도 수고했다고 뿌듯해하려나?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저러셨겠지?


그나저나 내일도 내 무릎은 내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이다.

험하지 않은 코스 그러나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날이다.

내 스스로가 초라하게만 느껴지던 날이다.


하루정도는 굳이 올레길을 걷지 않고

하루종일 커피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싶다.




3. 지출


아침 (게스트하우스 제공)

귤 5개 : 1,000원

이른 점심 전날 남겨둔 빵

늦은 점심 고기만두 : 3,000원

파스 2개 : 6,000원

게스트하우스 1박 (도미토리) : 22,000원

저녁 해물 뚝배기 : 13,000원

간식 사과맛 쿠키 : 600원

간식 찹쌀선과 : 2,400원

손톱깎기 : 1,200원


4일차

총 지출 : 49,200원

누적 지출 : 194,200원